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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분야

(미술) 한복을 일상에서 살아있는 길거리 패션으로


황이슬 한복 디자이너

최근 『나는 한복 입고 홍대 간다』는 책을 펴내 더욱 유명해진 황이슬 디자이너는 서양복 양식을 한복에 접목하여 세련되고 현대적인 한복을 만들고 있다. 
국내를 넘어 해외 50여개국이 넘는 국가로 한복을 판매하는 ‘손짱 디자인한복’은 패션 전공자도 아니고 자본금도 없었던 평범한 대학생이던 황이슬 디자이너가 사업자 등록비용 4만5천 원과 컴퓨터, 디지털카메라만을 가지고 창업한 회사다. 
사양산업이라고 하는 한복 시장에 도전한 이후 지난 8년 동안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여 일상한복 대표브랜드 ‘리슬’을 론칭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남들이 안하는 재미있는 일

“퓨전한복 ‘손짱’이란 상호는 손재주가 아주 좋다는 뜻이에요. 
‘짱’은 최고를 뜻하는 속어인데, 한복집 이름으로는 좀 특이하죠?”

주로 40, 50대가 고객인 한복 시장에 20대의 고객을 발굴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인 20대 황이슬 디자이너는 어릴 때부터 만드는 것을 좋아하여 ‘만들어볼까요’라는 EBS 프로그램을 즐겨보았다. 그
녀는 이불, 커튼 가게를 하시며 재봉틀을 쓰시는 부모님 곁에서 인형 옷, 주머니, 쿠션을 만들며 놀곤 했다. 
미술 선생님이 되면 만드는 작업을 마음껏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미술부 활동도 계속하면서 미대에 가려고 했지만, 부모님이 반대에 부딪혔다. 
선생님이 되기 위해 교대나 사범대를 가려니 성적이 모자랐다.

“어차피 하려던 것을 못할 바엔 안정적인 직업이라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기술직 공무원이 되기로 했고, 제 점수에 맞춰 산림자원학과에 갔어요.”

그렇게 입학한 학교였지만 열심히 공부를 해서 과에서 매번 1등을 놓치지 않았고 어린 시절부터 관심이 있었던 만화 동아리 활동도 했다.

“만화 동아리에서는 연례행사로 대학 축제 때 코스프레(‘코스튬 플레이’의 줄임말로 컴퓨터 게임이나 만화 속의 등장인물로 분장하여 즐기는 일)를 했어요. 
그 당시 제일 재미있게 읽고 있던 만화 ‘궁’에서 본 한복이 너무 예뻤던 게 생각나 그걸 입고 나와야겠다고 마음먹었죠. 
만화를 보면서 직접 만들어서 입고 행사에 나갔어요. 
축제가 끝난 다음에 ‘이 한복을 그대로 입고 집까지 가면 어떻게 될까?’하는 호기심이 생겼지요. 
만화에서는 누구나 다 입는 옷인데 나도 만화처럼 입고 거리로 돌아다녀보자는 살짝 장난스런 생각이 든 거예요.”

고등학생 때까지는 선생님이 하지 말라는 일은 절대 하지 않아 치마길이에서 명찰 규정까지 정해진 규칙을 어겨본 적이 없던 황이슬 디자이너로서는 과감한 시도였다. 
행사를 진행하면서 특이한 의상에 쏟아지는 사람들의 주목이 싫지 않았고 이제 대학생이 되었으니 누가 뭐라고 할까 싶었다. 
또 거리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하기도 했다.

“길거리를 걷던 젊은 사람들은 눈치만 보다가 한참 멀어진 다음에야 힐끔 다시 보고 지나갔어요. 
그러다 웬 모르는 아저씨 딱 한 분이 왜 그런 한복을 입었느냐고 물으셨어요. 
한복을 입고 걸으면 많은 사람들이 말을 붙이고 이상하다고 면박을 줄줄 알았는데 좀 튀는 행동을 해도 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걸 그때 알았어요. 
남들이 안 하는 재밌는 일도 해 볼만 하구나 생각했어요.”

그뿐만이 아니었다. 
지나가던 아저씨께선 ‘참 좋은 아이디어군, 희한하고 예쁘다’라고 칭찬을 해주셨다. 
한복을 입고 집에까지 오면서 그녀는 자신처럼 만화책에서 한복을 보면서 입고 싶다, 사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에 올려보니 5일 만에 팔렸어요. 
제가 한복 전문가도 아니고 초보자가 만든 엉성한 옷인데 그게 팔리는 거예요. 
그런데 며칠 뒤에 또 전화가 왔어요. 
그 한복 팔렸냐고. 
다른 사람이 사고 싶다고 문의가 온 거죠. 
그래서 만화책에 있던 디자인을 보고 다시 한 벌 더 만들어서 올렸더니 금방 팔리더라고요.
저처럼 특이하게 한복을 예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한복이 없으니까 못 샀던 거구나, 있으니까 이렇게 금방 사는구나, 이것을 사업 아이템으로 삼아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20대를 공략한 틈새시장 전략

축제가 끝나고 3개월 후에 홈페이지를 만들어 온라인 마켓을 개설하였다. 
3개월 동안 도서관에서 창업하는 법, 홈페이지 만드는 법, 사진 잘찍는 법에 관한 책을 빌려 옆에 놓고 보면서 만든 홈페이지였다. 
황이슬 디자이너는 거실 커튼 앞에서 동생을 모델로 찍은 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처음에는 한 달에 두세 벌 팔리는 게 전부였지만 자신이 직접 디자인 하는 재미, 쇼핑몰 오너가 되었다는 설렘으로 즐겁기만 했다. 
큰 매출도 없는데 전공 공부는 안하고 집에서 원단만 만지고 사진 찍고 컴퓨터 두드리고 있는 걸 걱정하시는 부모님 눈치가 보여 그녀는 학과 공부도 열심히 했다.
선생님의 꿈도 완전히 접지 않고 교직 과목도 이수하면서 의류학과 전공수업도 찾아다니며 들었다.

“일 년 반 정도는 매출이 좋지 않다가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할 때쯤 MBC에서 제가 만드는 독특한 한복을 촬영하러 왔어요. 
전문가도 아닌 스무 살짜리가 젊은 느낌의 특이한 한복을 만든다는 게 신기했던 거겠죠. 
그때부터 입소문이 나서 매출이 점점 올라갔어요. 
연주복, 파티복, 행사복 같은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서 20대를 공략한 틈새시장 전략이 좋았던 것 같아요. 
매출이 늘어나 회사원 월급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더니 어느 순간 한 달에 천만 원이 넘어갔어요. 
대학교 3학년 초에 접어들었을 때는 그냥 재미로 가볍게 생각할 수준의 매출이 아니었어요.”

대학교 3학년이 된 그녀는 진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한복 사업을 병행하면서 공무원이 될 준비를 할 것인지, 한복 만들기를 천직으로 삼아 계속 해 나갈 것인지 결정을 내려야 했던 것이다. 
그녀의 고민은 1년이라는 시간동안 계속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고민하면서 끄적거린 자신의 낙서를 보고 한복디자이너가 되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종이 한 귀퉁이에 끄적거린 제 낙서를 보니 전부 한복 디자인인 거예요. 
내가 공무원이 되면 행복할까? 공무원 하면서 서류 귀퉁이에 한복 그리고 있는 건 아닐까? 상상해보니 내가 하고 싶은 일과 해야하는 일이 다르다면 행복할 것 같지 않았어요. 
혹시 사업을 하다 망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내가 사활을 걸고 본격적으로 매달리면 엄청난 기업으로 만들 수 있을것 같은 자신감이 들었어요.
또 제가 만든 한복이 예쁘다고 칭찬받았을 때의 기쁨, 저의 능력을 인정 받았을 때의 성취감, 창의적인 작업을 해서 사회의 반응을 얻었을 때를 상상하니 정말 신나고 재밌을 것 같았어요.”

해외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하다

처음에는 만화책에 나오는 디자인을 따라 만드는 수준이었지만 점점 여러 디자인들을 결합해보고 변형도 시키면서 황이슬 디자이너 자신만의 디자인을 만들어갔다. 
원단을 열 장, 스무 장씩 꺼내놓고 색감을 비교하고 조합을 해 보면서 감각을 익혔고 봉제 학원에 들어가 재봉을 다시 배우기도 했다. 
한복을 널리 세계로 알리겠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해외 판매에 도전했고,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 오는 주문메일에 응답하기 위해 영어 공부를 해야 하기도 했다.

매출이 오르기 시작하고 큰 딸이 취미삼아 하는 일이 아니란 걸 아신 부모님들도 조력자가 되어 주셨다. 
어차피 전공을 살릴 생각이 아니어서 휴학하지 않고 서둘러 대학을 졸업한 후에 서울에 있는 대학원 의류학과에 입학하였다.

“석사졸업이라는 학위보다는 의류학이라는 학문을 정식으로 배우고 싶었어요. 
실무에서 쌓은 경험과 이론적으로 배운 것이 적절히 조화되었을 때 더 멋진 작품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한국복식의 미학과 철학적인 사유를 깊이할 수 있는 대학원 한국복식·동양미학과를 선택했어요.”

초창기에는 예쁘게, 보기 좋게 만드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 그녀는 대학원 공부를 통해 ‘이것을 왜 만들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어요. 
호주에서 거주하고 계시던 한국 분이었는데 따님 결혼식 때문에 한국에 들어오셨어요. 
딸이 자꾸 여기를 가보라고 해서, 여기 아니면 안 된다고 해서 호주에서 굳이 이 전주까지 왔다며, 서울에도 얼마나 업체가 많은데 뭐가 특별하다고 여기까지 와야 하느냐고 농담 섞인 푸념을 하셨어요. 
제가 얼른 따님이 마음에 들어하는 한복을 보여드렸죠. 
그 분께서 ‘색감이 살아있고 너무 아름답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색감의 조화다. 감각을 타고난 것 같다’며 황송할 만큼 칭찬을 해주시는 거예요. 
그런데 그 분은 전통방식으로 자개함을 만드시는 장인으로, 그 분의 작품을 국빈에게 선물 줄 정도로 실력있는 명인이셨어요. 
너무 기분이 좋았지요.”

한복에 배우면서도 항상 부족함을 느끼던 황이슬 디자이너에게 자신의 작품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된 경험이 되었다.

창업에는 차별화 전략과 진정성이 필요해요

“경험이 없으면 좋은 생각이 잘 떠오르지 않는 것 같아요.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무얼 잘 하는지는 경험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어요. 
스스로 작은 쿠션이나 인형 옷도 만들어보고, 그림과 액자를 만들어 선물하기도 해보고, 동영상UCC를 찍어 인터넷에 공유하기도 해보구요. 
자기가 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뭐든지 해보는 거에요. 
다양한 경험을 하다보면 나만의 일,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감이 생겨요. 
이런 경험이 쌓이면 창업과 같은 큰 일도 용감히 저지를 수 있게 된답니다. 
일부러 해보지 않은 일을 도전하고 성취하는 문제해결의 습관을 길렀으면 좋겠어요. 
문제를 해결해본 경험이, 자신도 생각지 못한 기회가 왔을 때 그걸 운명으로 만들 수 있는 반짝이는 힘이 되는 것 같아요. 
또 좋아하는 일이 있고 꼭 하고 싶다면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게 좋아요. 
창업에서 중요한 건 남과 나의 제품(혹은 서비스)의 차이를 단번에 설명할 수 있는 차별화 전략과 내가 가진 생각과 비전을 지치지않고 꾸준하게 보여주는 진정성이라고 생각합니다.”

황이슬 디자이너의 장기적인 꿈은 전 세계의 젊은이들이 한복을 청바지나 티셔츠처럼 자연스럽게 입는 하나의 패션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특별한 날에만 입는 한복이 아니라 일상복으로 입어도 어색하지 않는 한복을 디자인하여, 길거리 어디에서나 한복 입은 사람들을 볼 수 있고 그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사회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는 그녀의 바람이 이루어지는 날을 기대해본다.
출처커리어패스   https://www.career.go.kr/path/board/case/view.do?bbsSeq=127239&cur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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