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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분야

(애니메이션)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재미로 포장하여 전한다


맹주공 애니메이션 ‘라바’ 감독

케이블TV, 버스, 지하철, 엘리베이터 등 곳곳의 모니터에서 2분 남짓 등장하여 대사 한 마디 없이 보는 사람을 웃게 만드는 국민 애벌레, 레드와 옐로우. 
3D 애니메이션 전문회사 ‘투바’에서 만든 ‘라바’의 주인공들이다. 
‘라바’는 이미 한국을 넘어 전 세계 97개국에서 방영중이며 관련 상품 매출만 해도 600억 원에 이를 정도로 그 열풍이 대단하다.

유아용 위주로 제작되는 국내 애니메이션 환경에서 전 연령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제작, 지휘한 맹주공 감독은 ‘라바’를 통해 세상사는 이야기를 풀어 가고 있다.

좋아하는 마음은 의지를 낳고 생각을 만든다

맹주공 감독은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고, 친구들이 자신의 그림을 보고서 좋아해주면 뿌듯함을 느꼈다. 
그는 서양화를 전공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장르를 찾던 중 대중예술인 만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종합예술적인 성격을 지닌 애니메이션의 길에 들어섰다.

“다른 무엇보다, 죽을 때까지 할 수 있을 만큼 이 일이 좋았어요. 
좋아하는 마음은 의지를 낳고 생각을 하게 만들죠. 저는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었어요. 
특히 애니메이션은 세분화되고 전문화되어 있는 직종이라서 의지만 있다면 자신이 가진 재주로 할 수 있는 분야가 많습니다. 
문화 예술 쪽은 다 열려 있으니까요. 
‘애니메이션’을 하고 싶다면 애니메이션 중 어떤 분야의 일을 하고 싶은지 빨리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애니메이션을 통해 세상에 진지한 메시지를 전달

대학 졸업 후 선배들과 함께 차린 기획사에서 맹주공 감독은 팀장직을 맡았다. 
유명 만화가들의 작품을 스캔 받아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중간 형태인 웹애니메이션 작업을 했는데, 신선한 아이디어로 인기를 끌면서 직원이 150명이나 될 정도로 회사 규모가 커졌다. 
그러나 꽤 많은 작품을 재미있게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재미’와 ‘수익성’을 연결하는 데 실패하여 결국 그의 회사는 문을 닫고 말았다.

그러나 그는 거기서 끝낼 수 없었다. 
다른 사람의 만화를 가지고 작업을 하는 게 아니라 순수한 창작을 하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그는 같이 일하던 사람들 중 마음이 맞는 몇몇과 함께 작은 애니메이션 회사를 세웠다. 
그러나 유명세도 없으면서 창작만 고집하다가는 지난번처럼 실패할 게 뻔하기 때문에, 창작 활동을 하는 동시에 다른 회사의 일을 받아서 했다.

겨우겨우 회사를 유지해 가고 있을 즈음, 그에게 (주)투바 엔터테인먼트에서 감독으로 들어올 생각이 없느냐는 제안이 들어왔다. 
애니메이션 창작품을 만들려면 돈이 이만저만 많이 드는 게 아니라서, 고정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하려면 그 기간이 10년이 될지 20년이 될지 장담할 수 없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안정적인 수입이 필요했기에 그는 (주)투바에 입사하기로 결정했다.

입사 후 그가 첫 번째로 맡은 작업은 프랑스 작품이었다. 회사에서는 기대를 갖고 큰돈을 들여 그 일을 진행했지만, 그는 그 작품을 작업하면서 머릿속으로 다른 궁리를 했다.

“저예산으로도 주인공의 특성을 살려서 재미를 줄 수 있는 콘셉트를 고민하다가 만들어낸 것이 ‘라바’입니다. 
큰 자금이 투자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틈틈이 ‘라바’를 개발한 거죠.”

라이센시(Licensee)들은 ‘라바’의 주인공이 벌레라서, 더러워서 등등 의 이유로 반대했지만 그는 제작팀의 ‘재미있다’는 평가에 힘입어 제작을 밀어붙였다. 
결국에는 좋아해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연 ‘라바’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라바’는 텔레비전뿐만 아니라 버스, 지하철, 심지어 엘리베이터 스크린에서도 방송되면서 애니메이션계의 아이돌로 떠올랐다. 
그 덕분에 ‘라바’는 2012년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장관상을 수상했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나서는 그는 ‘라바’를 통해 웃음을 전달하면서 동시에 사랑이나 우정 등 진지한 메시지를 감동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것은 곧 맹주공 감독이 세상을 향해 하고 싶었던 말이기도 하다.

젊은이들을 위한 ‘판’을 만드는 역할

“제일 중요한 것이 스토리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겉보기에 화려해도 내용이 재미없으면 관객을 즐겁게 할 수 없으니까요. 
이야기에 집중해야 합니다. 
우리가 외국의 유명 애니메이션 제작사를 이길 수 있는 열쇠는 연출과 이야기, 그것밖에 없어요.”

픽사나 드림웍스 같은 메이저급 회사에 비해서 노하우도, 장비도, 인력의 전문성도 많이 떨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방법을 찾아내는 것, 그것이 바로 감독의 역할이다.
돌아서 가든 다른 길을 찾든, 감독은 어떻게든 해결의 열쇠를 찾아내야 한다.
그가 말하는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의 현실이나 전망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예전에는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시장이 잘나갔죠. 
하지만 창작물이 아니라 대부분 돈을 벌기 위한 외주 일거리였죠. 
다시 말해, 외국 캐릭터나 원화가 오면 그것을 동영상으로 만들기 위한 단순하고 정밀한 작업들을 하청 받아서 했어요. 
그 당시 벌어들인 돈을 창작 활동을 위해 투자했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어요. 
미래에 대한 준비를 못한 겁니다.”

이제 우리나라보다 인건비가 저렴한 다른 나라에서 그 일을 대신하고 있다. 
게임이나 영화는 처음부터 자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기 때문에 경쟁력이 생겼지만 지금은 애니메이션 시장은 경쟁력이 없다.
아남으려면 초창기의 게임이나 영화시장처럼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새로운 토양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사람들의 눈높이가 높아졌고, 창작에 대해 고민하는 젊은이들이 있고, 노하우를 가진 해외업체들과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점점 창작할 수 있는 ‘판’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젊은 친구들이 애니메이션을 꿈꿔도 좋을 만큼의 환경을 만드는 것이 지금이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맹주공 감독은 힘주어 말한다.

애니메이션 감독은 오케스트라 지휘자

맹주공 감독은 ‘애니메이션 감독은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지휘자’라고 묘사한다. 
전체적인 연출 방향을 잡고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각 파트의 핵심 역할을 조율하는 것이 애니메이션 감독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다음 작품의 영감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준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팀원들과의 유대감을 갖기 위한 노력 또한 게을리 할 수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팀원들이 창의적인 발상을 할 수 있는 작업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그는 아이디어라는 게 한순간에 번뜩 떠오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24시간 내내 머릿속에서 고민했던 결과란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재미가 없다면 가차 없이 솔직한 의견을 낼 수 있는 관계,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의견을 내는 것에 두려움을 갖지 않을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한다. 
권위가 없는 회사, 수평적인 인간관계, 최대한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아이디어 회의를 주관하여 힘든 상황이나 고민을 서로 풀어주고 작품에 대한 의견을 주거니 받거니 소통한다.

“제가 직접 키를 잡지는 않지만 고민을 함께하면서 저를 구성원으로 생각하도록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작품의 뼈대를 함께 만들고 작업을 하는 동안 외부의 간섭이나 방해를 가능한 막아주고 희망적인 미래를 보여주면서 마지막 책임을 져주는 게 감독이죠. 
자신이 감독해서 만들어 놓고 결과가 좋지 않으면 그것을 팀원들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웃기는 일이에요. 
권한과 책임은 늘 함께 붙어 다니는 것이니까요.”

가슴 속에 자신만의 것을 품고 절대 놓지 마라

“저희 회사는 스펙을 안 봐요. 
어느 대학 출신인지, 어느 고등학교를 나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포트폴리오로 실력만 봐요. 
포트폴리오에서 가능성이 보이면 선발합니다. 
하지만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빨리 현장에 뛰어드는 것을 권하지는 않아요. 
애니메이션이라는 게 단순한 기술, 업무적인 능력만 있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거든요.”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애니메이션 현장에 들어오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맹주공 감독이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대학은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인생 경험, 사람 경험을 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좀 더 풍성하게 즐기는 곳이라는 것이다. 
공부라면 고등학교 때 실컷 해봤으니, 대학생활을 하면서는 여행도 다니고 경험도 쌓으면서 인생에 대해, 철학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기를 권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원하는 분야를 찾고 그것에 집중해서 공부하면 반드시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얼마 전 미술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이 찾아와서 자신은 ‘캐릭터 디자인’을 하고 싶은데 학교에서는 ‘게임 캐릭터’를 권장한다면서 고민을 털어놓더라고요. 
제가 그 학생의 미래를 책임질 수 없으니 단정적으로 말하지는 못하고, 제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힌트를 주었어요. 
‘자신의 색깔을 찾아서 아티스트로 성장하는 게 맞지만 현 사회 시스템을 무시하고 야인처럼 살 수 없다면 지금의 과정을 겪어야 한다.
하지만 가슴속에 자신만의 것을 품고 절대로 놓지 마라.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배울 점이 있으니 그 과정을 건너뛰려 하지 말고 남들처럼 겪어라. 
단, 남들이 쉬는 시간에 혼자서라도 책 읽고 연습한다면 나중에 좀 더 빨리 갈 수 있으니 그때를 준비하라’고 했습니다.”

맹주공 감독의 앞으로의 계획은 연출가로서 좋은 작품을 계속 제작하는 것이고, 현재 몸담고 있는 회사를 제대로 된 애니메이션 회사로 만들어서 애니메이션을 꿈꾸는 친구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그런 롤모델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한다.
출처커리어패스   https://www.career.go.kr/path/board/case/view.do?bbsSeq=127263&cur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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