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요
한국에서 유년을 보냈다면 선생님 만화를 한 번쯤은 접해봤을 만큼 학습만화 분야에서 유명하신 분인데요, 만화가가 아닌 학습만화를 전문으로 하신 계기가 있나요?
윤남선
사실 처음부터 학습만화를 그린 것은 아니었어요. 저는 청소년 창작 만화로 첫 커리어를 시작했거든요. 1998년 ‘투터치‘라고 하는 청소년 만화였지요. 그렇게 얼마간 만화가로 활동 하다가 결혼해 아이를 낳고 기르다보니 부모 입장에서 사회를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그 쯤 우리 자녀들뿐만 아니라 사회의 모든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제가 만화 그리는 일을 하고 있으니,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발전하게 된 것 같아요. 마침 당시 학습만화 붐이 일기도 했고요. 그러한 이유들로 자연스럽게 학습만화 장르를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궁금해요
20여 년간 만화가로 활동해오셨습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만화를 그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윤남선
제가 생각하는 만화의 가장 큰 매력은 한 작품의 창조자가 된다는 점이에요. 여러 예술 장르가 있지만 대부분의 장르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거치게 되죠. 반면 만화는 작업 과정의 대부분의 역할을 작가 혼자서 해내는 경우가 많죠. 이야기 구성에서부터 캐릭터 창조 공간을 구성하는 일, 또 화면연출 등 정말 많은 역할을 담당해요. 그렇게 탄생한 하나의 만화는 작가만의 작품이 되죠. 이렇게 바로 ‘나’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만화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궁금해요
학습만화는 일반 만화와는 그 성격이 조금 다른 면도 있지요? 학습만화인 만큼 콘티 작업부터 여러 사람들과 협업도 진행하실 것 같은데요, 구체적인 작업과정이 궁금합니다.
윤남선
학습만화는 대부분 출판사의 기획에 의해 만들어지게 됩니다. 먼저 출판사와 전문 작가에 의해 최초의 시나리오가 구성되는데요, 학습만화가는 시나리오가 나온 이후의 그림 작업을 진행하게 된답니다. 학습만화가의 작업 단계는 다섯 가지로 나누어 이야기 할 수 있어요. 먼저 구성 작업이 마무리 된 최종 시나리오가 나오면 콘티를 짜게 됩니다. 콘티는 만화의 설계도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콘티 짜기가 마무리 되면 다음으로는 밑그림을 그립니다. 본격적인 그림 작업이 여기서부터 시작되지요. 밑그림을 그린 뒤에는 펜 터치 작업을 시작합니다. 밑그림으로 대충 그린 그림을 예쁘게 정리하는 단계죠. 인물 펜 터치가 완료되면, 배경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마지막으로 컬러링 작업을 하는데요, 요즘은 대부분 컬러만화이기 때문에 색칠하는 과정도 중요한 작업의 한 부분이에요.
궁금해요
정해진 선발 과정은 없겠으나, 그럼에도 대략 어떤 과정을 거쳐 학습 만화가로 활동할 수 있을까요?
윤남선
저의 경우에는 여러 출판사에 저의 그림과 이력을 정리한 포트폴리오를 보냈습니다. 제가 포트폴리오를 보낸 여러 곳 중에서 자신의 출판사의 작품과 잘 맞을 것 같다 하는 곳에서 연락을 받았어요. 이후 작품에 대한 논의와 구체적인 그림방향 등의 의견을 조율한 뒤 작업에 들어갔답니다. 이러한 과정들을 돌이켜보면 자신의 그림을 꾸준히 그리고 그것을 포트폴리오로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궁금해요
포트폴리오를 쌓으려면 우선 만화를 잘 그리는 실력이 우선되어야 할 것 같은데요, 실력을 향상 위해 어떤 활동을 해보면 좋을까요.
윤남선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면 다음의 두 가지를 알아두면 좋아요. 바로 관찰력과 반복이죠. 주의 깊게 인물이나 사물을 관찰 할 수 있는 눈을 갖도록 노력하는 것이 첫 번째 이고요, 그 다음은 반복해서 많이 그려 보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해요. 또 한 가지를 더한다면 틈틈이 크로키 연습을 해보세요. 그림실력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될 거예요.
궁금해요
멘토님의 말씀을 들으니 만화를 그리는 일이 체력적 소모가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작업과정을 이겨내게 하는 원동력은 어디서 얻으시나요?
윤남선
무엇보다도 제가 그린 만화를 즐겁게 읽는 독자를 생각하면 만화를 그리는 과정이 즐거워집니다. 언젠가 책방에 갔는데, 학생 한 명이 제가 그린 책을 보고 있었어요. 제가 학생에게 ‘그거 재미있니?’라고 물어보니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그거 내가 그린 거다.’라고 자랑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는 못했죠. 그래도 무언가 마음에 뿌듯함이 느껴지는 순간이었어요.
궁금해요
만화를 잘 그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셨는데요, 추천해주실 만한 입문서나 개론서 혹은 참고할 만한 사이트가 있으신가요?
윤남선
제가 그림을 처음 배울 때는 잭 햄(Jack Ham)의 인체드로잉(원제:Drawing the head and figure : Step-by-Step)이라는 책을 많이 봤어요. 입문자도 그림의 기본이 되는 인체를 잘 그릴 수 있게끔 쉽고 편하게 설명해 놓은 책이죠. 이 밖에도 요즘은 서점에서 다양한 만화 작법서가 많이 나와 있어요. 어떤 책을 참고로 연습하든 꾸준히 습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지요. 제가 참고로 하는 사이트로는 핀터레스트(kr.pinterest.com)를 추천해요. 전 세계의 만화가와 일러스트레이터, 애니메이터 등 다양한 그림 작가들의 수준 높은 작품을 앞 다투어 올려놓는 사이트랍니다.
궁금해요
요즘 만화는 웹툰으로 플랫폼을 옮기면서 다시 활성화 되었습니다. 앞으로 만화 작가의 전망은 어떨까요?
윤남선
종이 만화책의 시대가 지나가고, 웹툰이 발전하면서 그 시장이 굉장히 커지고 있어요. 작품 하나가 인기를 얻으면 만화를 원 소스로,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미디어 매체로 재생산 되는 경우도 많고요. 이러한 상황 속에서 만화 시장은 지금도 성장 중이라고 생각해요. 만화를 연재할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해졌고 알려질 시장이 많으니 만화가로서의 앞길은 크게 열려있다고 봅니다.
궁금해요
지금까지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을 알려주셨습니다. 이에 덧붙여 만화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해주실 말씀이 있으시다고요.
윤남선
저는 성적이 뛰어난 학생은 아니었지만 제가 흥미가 있고,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뚜렷한 학생이었어요. 그 부분이 저를 여기까지 올 수 있게 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많은 학생들을 보면 자신이 원하는 일이 아닌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직업을 선택하곤 해요. 하지만 저는 행복한 삶을 사는데 그것이 정말로 옳은 방법인지 한 번쯤 깊게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자신을 알아가며 원하는 분야를 위해 노력한다면 훗날에는 지금 꿈꾸는 모습을 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