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수사요원은 과학적 지식과 과학기구 및 시설을 이용해 체계적인 수사를 진행하는 경찰이에요. 과학수사요원은 경찰청의 산하기관인 과학수사관리관 내에 여러 개의 전문 수사팀으로 나누어지죠. 몇 가지 소개하자면, 범죄 현장을 조사하고 증거물을 수집하는 범죄 현장조사와 분말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지문을 채취하고, 채취한 지문으로 신원을 밝혀내는 감정의 업무를 담당하는 지문감식감정, 현장에서 발견된 신발과 타이어 등 현장에 남겨진 모든 물건의 흔적으로 범인의 동선을 추적하는 족적 감정, 전문 장비를 동원해 화제의 원인을 밝혀내는 화제감식, 질문에 대한 답변 중 호흡과 심장박동 수, 혈압 등 생리적 변화현상을 측정해 거짓말의 여부를 가리는 거짓말탐지검사, 용의자의 심리와 성격, 행동유형을 분석하는 범죄분석(프로파일러) 시체의 부검을 통해 사건의 증거를 수집하는 시체검시(검시조사관) 업무 등으로 분장된 전문 요원이 있습니다.

한국에도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CSI는 드라마 스토리 상, 극적인 전개가 많이 삽입되어 있어요. 때문에 드라마 속 CSI의 모습이 허구일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극적인 전개 외에 드라마 CSI에서 보여주는 과학적 기법들은 허구가 아니에요. 극중 주요 인물들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기법들은 실제 현장에서 활동하는 과학수사요원이 사용하고 있는 기법들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런데 CSI드라마의 구성상 모든 사건이 해결되는 결말을 보여주고 있죠. 현실의 수사 과정은 사건 해결을 위해 드라마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해요. 손쉽게 해결되는 사건은 많지 않죠. 그 부분이 드라마와 한국의 과학수사요원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1995년부터 1997년까지 2년간의 신임경찰관 시절에 파출소에서 근무했어요. 지역방범활동을 주 업무로 하는 일반경찰이었죠. 당시 과학수사요원이라고 하면 시체를 조사하고 위험한 현장을 조사해야하는 3D업종으로 인식되었어요. 때문에 다들 지원하기를 꺼려하는 직종이었죠. 저 또한 우연한 기회에 과학수사관 내에 자리가 있어 지원을 했고 이후 과학수사요원으로 근무를 시작한 케이스에요. 처음에는 시체에 대한 두려움과 위험한 현장의 환경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죠. 하지만 이후 과학수사요원으로 활동하면서 경험을 쌓고 관련 분야에 대한 공부를 병행하면서 역량을 키워 왔어요. 지금은 정년까지 이 업무를 할 수 있다면 제 인생에서 가장 큰 행복이라고 생각할 만큼 애착을 가지고 있답니다.

과학수사요원으로 선발된 이후 국립과학연구소에서 3개월간 화재전문교육을 받았어요. 이후 화재감식 분야에 투입되어 현장업무를 시작했지요. 2002년에는 경찰관 최초로 사단법인 한국화재조사학회(KIFI)를 설립해 초대회장을 역임했어요. 제가 신임과학수사요원으로 근무를 시작했을 때는 국내 화재조사 관련 학회나 전문가가 전무했어요. 대부분의 화재 사건이 원인을 알 수 없는 미해결사건으로 끝나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죠. 이러한 국내 현실을 극복하고자 학회 설립을 추진했어요. 외국에는 화재와 관련한 연구논문이 많이 발표되어 있지만 외국의 사례를 한국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거든요. 제품의 규격과 재질이 국가마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죠. 한국의 상황에 맞는 연구 자료가 필요했어요. 당시 KIFI에 발표된 논문은 현재까지도 실제 화제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하고 있죠. 그 결과 지금은 국내 화재조사분야의 수준을 세계적으로 발전시킨 초석을 마련한 학회로 평가받고 있죠.

과학수사요원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먼저 경찰공무원 시험에 합격해야겠지요. 이후 수사경과를 받고 요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과학수사관리관으로 지원할 수 있습니다. 지원 자격으로는 여러 가지 조건이 필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자격조건은 대학에서 과학수사와 관련된 학문을 전공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전기, 전자, 화학, 물리, 전기, 기계, 법의학, 법과학 등의 학문이 있지요. 저도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어요. 경찰청은 매년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과학수사요원 특별전형을 통해 채용하고 있어요. 최종 합격자는 중앙경찰학교에 입교 1년간의 교육을 거쳐 각 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에 신임과학수사요원으로 배치하고 있답니다.

지문감정 분야는 대한민국 경찰과학수사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 외에 DNA, 화재감식, 화재시뮬레이션, 거짓말탐지검사 등의 분야는 선진국과 대등한 수준으로, 한국 경찰은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동남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 국가를 대상으로 기술 전수 활동을 하고 있답니다. 특히 필리핀의 경우, 기술 지원 동시에 사건 해결을 위한 지원 인력 파견을 목적으로 과학수사요원을 현지로 파견하고 있죠.

정확한 지역은 거론할 수 없지만 경기도에서 발생한 초등생 납치 살인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수개 월 동안 혈흔채취를 위해 해당 지역의 모든 건물을 방문해서 수사하는 과정에 용의자를 체포할 수 있었어요. 당시 엄청난 인원을 투입했고 사건 해결에 많은 노력을 쏟아 부었죠. 결국 범인을 체포할 수 있었어요. 이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과학수사요원은 과학적인 기법을 이용해 수사를 하는 수사요원이에요. 과학과 추리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 적합한 직업이라 할 수 있겠죠? 과학수사요원은 채용 단계부터 대학에서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람만을 지원 자격으로 하고 있어, 학창시절부터 과학수사요원을 직업으로 희망한다면 학교생활에 충실하고 과학수사요원이 될 수 있는 전공학과가 있는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끝으로 과학수사요원이라는 직업은 여러분들이 상상하는 이상으로 매력 있는 직업이라고 자부해요. 과학수사요원을 꿈꾸는 학생들은 공부를 열심히 해서 꿈을 이루기를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