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히 아시듯 배우는 드라마나 영화, 연극, 뮤지컬 등에서 시청자는 관객을 대상으로 연기하는 직업이지요. 그만큼 다양한 역할이 존재하고, 이를 통해 간접적으로 삶을 체험해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에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거나 더 나아가 그들의 삶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고요.

저는 예술계 고등학교 방송연예과에 입학한 후 단국대 연극영화과로 진학했어요. 학교에 다니면서 끊임없이 훈련하다 연극 오디션으로 대학로 무대에 데뷔하게 됐습니다. 저는 이렇게 배우가 됐지만, 연기를 전공해야 배우가 되는 건 아닙니다. 다른 전공이더라도 대학 내 연극 동아리나 극예술연구회 등처럼 연기와 관련된 모임이 있고, 정보를 얻어 오디션에 참석하는 방법도 있지요. 오디션 프로그램에 지원할 수도 있고요. 연극에 관심이 있다면 극단에 들어가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일단 작품에서 연기를 선보이려면 오디션을 봐야 해요. 캐스팅되면 참여하는 모든 배우, 스텝이 모여 대본 리딩을 가진 후 드라마냐, 영화냐, 연극이냐에 따라 각각 다른 연습시간을 보냅니다. 예를 들어 영화라면 몇 번의 리딩 후 바로 촬영에 들어가기도 해요. 물론 때에 따라 무술 동작이나 약속이 필요한 모든 것을 연습하는 과정에서 미리 ‘합’을 맞추기도 합니다. 연극은 리딩 시간을 길게 가지면서 서서히 합을 맞춘 후 무대에 서요. 지금 제가 말씀드린 시간은 작품 안에서 진행하는 공식적인 연습이에요. 이 배역을 온전히 연기하기 위해 그 역할의 역사부터 캐릭터를 분석하는 등 개인적으로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죠. 이 과정을 거친 후에야 하나의 캐릭터가 탄생할 수 있죠.

아무래도 미디어 데뷔작인 <써니>(2011)라는 영화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영화에서 ‘영진’이라는 작은 역할을 맡았는데요. 영화 현장을 처음 겪어봤던 터라 마냥 신기하기도 했고, 작은 역할을 연기하면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기에 오래 기억하는 듯해요. 순수했던 그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아서 소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약속>(2014)이라는 영화를 찍을 때 제 역할이 실존 인물이었어요. 실존 인물을 연기한 게 처음이라 어려웠지만, 마음을 다해 그 인물을 제 안에 담았죠. 그런데 제가 연기한 황유미 씨가 백혈병으로 돌아가셔서 세상에 안 계세요. 영화 촬영이 끝나고 고(故) 황유미 씨의 아버님이 촬영 뒤풀이에 오셔서 제 손을 잡으시더니 “내 딸이 살아 돌아온 것 같다. 고맙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때 배우라는 직업이 이렇게 누군가에게 힘을 드릴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배우 대부분이 겪는 어려움인데요. 자신의 의지대로 계획할 수 있는 게 한계가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어려움이에요. 직장인들처럼 고정적인 수입이 있는 게 아니라는 점도 그렇고, 작품에 캐스팅되거나 정해진 작품이 있어야 비로소 계획을 세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죠. 안정적이지 못한 생활이 불안함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인내심과 자신감, 표현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데뷔하자마자 바로 유명한 배우가 되는 사람은 드문데요. 원하는 배우가 되기까지, 엄청난 실패와 고통의 과정을 겪어야 하는 경우가 많죠. 이 모든 걸 견뎌내는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또한 많은 사람 앞에서 연기하려면 ‘나’에 대한 믿음과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중요하지요. 이 자신감을 바탕으로 생각한 것을 표현하려면 표현력이 필요하고요.

저는 태생적으로 몸이 유연하지 않아서, 이 부분이 가장 힘들었어요. ‘몸을 잘 쓴다’는 것은 배우에게 매우 중요한 부분이거든요. 무용이나 스트레칭과 같은 훈련을 꾸준히 이어오면서 조금씩 유연성을 키웠죠.

배우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성적을 잘 관리해야 합니다. 전공학과로 진학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똑똑한 배우가 오래 연기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모든 학문에서 배움을 게을리해선 안 돼요.

90% 만족합니다. 무엇보다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사는 삶이 매우 행복하고, 무대에 서거나 카메라 앞에 설 때 혹은 그 결과물을 직접 볼 때 느끼는 쾌감을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짜릿합니다. 나머지 채워지지 않는 10%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안정적인 직업이 아니다 보니 가끔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밀려올 때가 있어요.

저는 배우의 영역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요즘은 종합편성 채널이 많이 생겨 배우가 활동할 기회도 많아졌어요. 또한 뮤지컬이나 연극 등에 관심을 두고 이 문화를 즐기려는 사람이 많아져서, 무대가 점점 커지는 추세고요. 미디어에서 연기하지 않더라도 심리치료와 관련된 분야에서 활동할 수도 있지요. 최근 연기를 통해 치료하는 드라마테라피가 크게 발전하고 있거든요. 이 밖에도 배우가 활동할 수 분야가 넓어지면서 기회도 늘어날 거로 생각해요.

솔직히 말씀드려, 당장 좋아 보인다는 이유로 배우를 꿈꾸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에는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에요. 배우로 데뷔한다고 당장 슈퍼스타가 되어 유명 배우와 연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우선 배우가 되고 싶은 이유를 진지하게 고민해보세요. 그 이유가 여러분을 뜨겁게 한다면 꿈을 포기하지 말고 끈기 있게 노력하고 도전하세요. 많은 이에게 감동을 주는 배우로 성장하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