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쉐가 일반적으로 모든 디저트를 만들긴 하지만, 디저트도 설탕공예나 초콜릿공예처럼 종류가 다양하게 세분화되어 있거든요. 그 중에서도 케이크를 주로 만들고, 케이크를 장식하는 것에 강점을 갖고 있는 이들을 “케이크 데코레이터”라고 부른답니다. 디자인이 더욱 강조된다는 점에서 파티쉐와는 차별화된다고 할 수 있죠.

네. 일단 디자인이 정해지면 케이크 제작은 순탄하게 진행되는 편이에요. 단 디자인 과정이 굉장히 길다고 할 수 있죠. 디자인은 일단 스케치를 하고요. 어떤 색깔을 쓸 것인지, 이 부분에는 어떤 재료를 넣을 것인지 미리 생각하는 과정을 거친답니다. 스케치를 토대로 작업하지 않으면, 만드는 과정에서 처음 의도와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해요.

디자인 쪽은 저 말고도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진로 결정을 두고 망설이게 됐어요. 그렇게 고민하던 차에 아버지께서 ‘전문적인 직업을 선택해야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하시며 ‘제과제빵학과’를 추천해주셨어요. 아버지 말씀을 듣고 생각해보니 디자인 쪽으로 재능을 살리면서 전문적으로도 할 수 있는 분야라는 생각이 들어서 전공을 호텔제과제빵학과로 정했죠. 평소 손재주가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온 만큼 적성에도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학교에 가보니 이미 고등학교 때 자격증을 취득하고 대학에 진학한 친구들이 많아서 그 친구들에 비해 제가 조금 뒤처지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제과 쪽에 관심이 더 많았는데 제빵 수업이 많다보니 제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서 학교를 그만둬야하나 진지하게 고민도 했었는데요. 2학년 때 특강 수업으로 배웠던 ‘슈가크래프트(Sugarcraft)’에 흥미를 느끼게 되면서 집중적으로 이 분야에 대해 공부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교에서 배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학원도 다녔는데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는 아직 슈가크래프트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시기였기 때문에 가르치는 선생님들도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슈가크래프트의 본 고장인 영국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슈가크래프트는 설탕 공예라고도 불리는데요. 설탕, 젤라틴, 물엿, 흰자 분말, 레몬즙 등 실제 먹을 수 있는 재료들을 이용해서 케이크의 장식이나 조형물, 등을 만들어 올리는 일을 뜻해요. 저는 아무래도 어렸을 때부터 아기자기하고, 예쁜 것들을 좋아했던 만큼 맛뿐만 아니라, 보기에도 예쁜 슈가크래프트의 매력에 푹 빠졌던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케이크 하면, ‘생크림 케이크’를 쉽게 떠올리지만, 영국에서 케이크 하면, ‘슈가크래프트 케이크’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거든요. 그만큼 영국에서는 슈가크래프트를 만드는 도구나 재료를 구하기도 쉽고, 수업 과정도 체계적으로 잘 구성되어 있어요. 영국에서 공부하면서 가장 크게 얻은 가르침은 디저트가 식사를 하고 입가심하는 정도의 간식거리에 지나는 것이 아니라, 존재로서 사람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고, 감동을 줄 수 있는 하나의 예술품과 같다는 것이었어요. 또 유학 기간 동안에 유명한 베이커리나, 컵케이크 가게에 많이 갔는데요. 맛뿐만 아니라, 디자인과 가게의 분위기까지 꼼꼼히 살피면서 많이 배울 수 있었죠.

20대 후반부터 40대 중반의 여성분들이 강의를 많이 신청하세요. 취미로 배우시려는 분들도 있고, 소자본 창업이 가능한 분야라서 향후 창업을 염두에 두고 배우시는 분들도 있어요. 보통 슈가크래프트 강좌는 8개월 과정으로 구성해서 진행했었는데요. 똑같은 기술을 똑같은 시간에 알려드려도 결과물은 다 다르게 나오더라고요. 개개인 간의 편차가 있어서 익히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분은 1년 4개월 동안 수업을 들은 분도 계셨어요.

일반인들만 강좌를 들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미 개인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분들도 교육을 받으러 많이 오세요. 최근에 마카롱 가게를 경영하시는 젊은 사장님 두 분께서 저에게 수업을 들으셨는데 이후 제 수업 내용을 바탕으로 신제품을 출시하였다고 연락이 왔어요. 장식을 어떻게 꾸며야할지 몰랐는데 제 강의가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해주셔서 굉장히 뿌듯했어요.

케이크 데코레이터가 되고 싶다면, 저처럼 슈가크래프트를 배우기를 추천하는데요. 요즘에는 제과제빵학과에 슈가크래프트 전공이 추가되어 있어요. 예쁘고, 특별한 케이크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과 수요가 높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더 강조되고 있거든요. 기초적으로 제과제빵 기술은 학교에서 배우기 때문에 슈가크래프트 기술을 어떻게 응용하느냐에 따라 더욱 많이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미술이나 디자인에 관심이 많고, 손재주가 있는 사람들에게 잘 맞을 것 같아요. 이 분야에서 탁월하게 두각을 나타내는 분들을 보면 보통 꾸미는 걸 좋아하시고, 아기자기한 것들을 좋아하시더라고요. 또 성격이 차분하고, 꼼꼼한 사람들에게 적합할 것 같아요. 한 자리에 앉아서 오랫동안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죠.

케이크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수요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얼마만큼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 더욱 전망이 밝아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더 예쁘고, 디자인이 독특한 케이크를 찾으시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 보니 그 흐름에 맞출 수 있다면, 얼마든지 자신의 분야에서 멋지게 활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